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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소식
의학칼럼-검사의 맛을 조금 아는 남자

작성일 : 2021-08-0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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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맛을 조금 아는 남자

글 허윤정 엘리사벳|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가정의학과전문의

 

친정 식구들이 언제부터인가 건강 상담을 저를 놔두고 내과의사인 남편에게 합니다. 내과적인 문제라 그런가보다 하다가 다른 것들까지도 남편에게 직접 전화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에게 물으면 “죽을 병 아니네. 걱정하지 말고 찜찜하면 근처 병원에 가서 검사 한번 해봐.” 이것으로 끝입니다. 반면, 남편은 의사가 신이 아니기에 평소 조금만 의심되면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러다 보니 질병을 잘 찾아내게 되어 ‘검사의 맛을 조금 아는 남자’입니다. 30분은 족히 얘기 다 들어주고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증상과 별로 관련 없어 보이는 검사까지 다 하고, 병원비 결제도 반드시 본인의 카드로 해줍니다. 그런 날 저녁이면 어김없이 저는 “비용, 효과적인 측면을 한번 생각해봐. 그렇게까지 검사할 필요 있어? 오버맨?” 괜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마음에 슬쩍 건드려 봅니다. “병원 한번 오시기 쉬운 분들도 아니고, 검진 자주하시는 분들도 아닌데 이참에 할 수 있는 검사는 한번 다 해봐야지.” 저에게는 등잔 밑이 어두울 수 있는 가족이고, 남편에게는 어쩌면 잘 봐드려야 하는 VIP 환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개원을 하고 있는 남편 병원으로 20대 후반의 조카가 감기로 찾아갔습니다. 또 어김없이 초음파 검사도 한번 해보자고 붙잡아서 복부, 갑상선 초음파를 했는데, 갑상선에 생각지도 않게 모양이 좋지 않은 혹이 있었던 겁니다. 결국 세침 흡인 검사에서 암으로 진단되어 수술을 하고 지금은 멀쩡하게 직장도 잘 다니고 있습니다. 젊은 남자애한테 갑상선암이라니,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여자에게 많이 생기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갑상선암이 최근 남자들에게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진행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그때 검사해보자고 권유하지 않았다면 혈액검사상 갑상선 수치도 정상이고 아무런 증상도 없는 조카에게서 갑상선암의 발견은 요원한 일이었겠지요. 일상에서 확률, 비용•효과, 투자•수익 따지기를 좋아하지만 검진에 있어서는 어쩌면 조금 뒤로 젖혀 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뭐가 나을 지 아무도 모르는, 말 그대로 ‘건강 검진’이니까요.

대형 병원의 경우 고가 장비의 검사가 포함된 종합검진 프로그램도 있지만, 국가에서 실시하는 건강 검진(일반 검진, 암검진)도 알차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사무직 직장 가입자는 매년, 그 외의 만20세 이상인 분들은 짝수, 홀수 출생연도 기준으로 2년에 한번 일반 건강 검진을 실시합니다. “그 까이꺼, 기본 검사밖에 안 해주는데 해보면 매년 정상이고, 날 잡아서 밥도 굶어야 하고, 도통 갈일 없는 병원 가기도 귀찮다.”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내 돈 주고 하려면 몇 만 원은 족히 드는 검사입니다. 기본 검사와 더불어 환자의 가족력이나 현재 불편한 증상, 혹은 평소 신경이 쓰여 검사해보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의사 선생님과 상담한 후 이에 맞추어 필요한 몇 가지 검사를 추가하여 함께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고가의 종합검진 부럽지 않은 자신만의 맞춤형 검사를 합리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검진 전 주의 사항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많은 질문이 매일 먹는 혈압약과 당뇨약은 어떻게 하나, 하는 겁니다. 혈압약이나 항경련제는 아침 일찍 복용하고 당뇨약은 당일 아침은 복용하지 말고 인슐린 주사도 전날저녁은 주사하지 말고 내원해야 합니다. 검진 전날 술이나 육류 등 기름진 음식은 콜레스테롤, 간기능 검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일반검진에는 신체 계측, 소변검사, 공복혈당, 간•신기능 검사, 흉부 방사선 촬영을 기본으로 하여 성•연령에 따라 이상지질혈증 검사, B형 간염 검사, 골밀도 검사 등을 실시하게 됩니다. 이상지질혈증 검사(흔희 콜레스테롤 검사)는 남성은 만24세 이상, 여성은 만40세 이상에서 4년마다 무료 검진으로 할 수 있지만 당뇨, 고혈압, 비만 같은 대사증후군이 있거나 심혈관계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검사 시기를 당겨서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골밀도 검사는 만54세, 66세 여성에서 검사 대상이지만 조기 폐경이 된 경우에는 65세 이전이라도 검사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2019년 폐암에 대한 검진이 추가되면서 6개 암에 대하여 국가에서 시행하는 암 검진도 받을 수 있습니다. 위암은 만40세 이상에서 2년 주기로 위내시경 검사로 시행합니다. 위궤양, 위암의 원인이 되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높은 양성률을 보이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검사는 내시경 검사에서 위나 십이지장에 궤양이 있을 경우에만 통상적으로 시행합니다. 따로 검사를 원하시면 내시경 시작 전에 미리 의사 선생님께 부탁을 해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장암은 만50세 이상에서 매년 분변 잠혈검사(대변검사)로 합니다. 대장암 검진대상이라 해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차로 대변 검사에서 잠혈 양성이 나온 경우에 한해서 2차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복용하시는 분은 위•대장 내시경을 예약했을 경우 미리 시술하실 선생님과 상담하셔서 조직검사나 용종 제거를 대비하여 약물을 며칠간 중단해야 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암은 만40세 이상, 간암 고위험군(간경변증,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자 등)에서 간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혈청 AFP)를 받습니다. 폐암은 만54세부터 74세 사이의 폐암 발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검사를 실시합니다.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갑)×흡연기간(햇수)하여 3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도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유방암은 만40세 이상의 여성에서 2년 주기로 유방촬영검사를 합니다. 매달 생리가 끝나고 1주일 후에 유방의 대칭 유무, 유두주변 함몰유무, 혹은 유방의 피부색 변화를 관찰하고 만져지는 멍울이 있는지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이 우선이겠죠. 만20세 이상 여성에서는 2년 주기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하여 자궁경부암 검사를 합니다.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내 몸이 나만의 몸이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가 예약하기도 쉽지 않은 연말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검진받을 생각하지 마시고 미리미리 챙겨 하시는 건 어떨까요? 나가면 고생인데 저도 이번 여름휴가 때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가장 어두운 등잔 밑을 살펴봐야겠습니다. 남들 검사는 잘도 하면서 몇 평 안 되는 진료실에 콕 박혀 자기 머리도 못깍는 우리집 오버맨, 아니 검사를 좋아하는 남자를 구출하여 건강 검진부터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