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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소식
의학칼럼-대단한 울 할매

작성일 : 2021-09-0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2

대단한 울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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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윤정 엘리사벳 |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어머, 대단하세요. 애 셋에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사시고….”, “네? 아녜요. 알고 보면 저희랑 살아주시는 어머님이 대단한 분이신 걸요!” 아이들은 우리 어머님을 ‘할매’라 합니다. 아무리 ‘할머니’라고 가르쳐도 ‘울 할매’랍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할머니를 좋아하는지, 아이들 어릴적엔 제 자리가 없는 것 같아 고민 아닌 고민도 했었습니다. 큰 아이가 돌 될 때까지만 봐준다 하시다가 어쩌다 애 셋을 다 키워주시게 되었으니, 아무리 손주가 예뻐도 우리 어머님께서 가끔은 ‘내 발등 내가 찍었구나.’ 하시는 날도 있지 않으셨을까요?

몇 년 전, 어머님께서 막내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낸다고 손잡고 걸어가시다가 빗물 고인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지셨습니다. 사진을 찍어보시자 해도 약 먹으면 낫는다고 손사레를 치셨습니다. 그러다 통증이 호전되지 않아서 병원에 모시고 가니 척추 뼈의 일부가 내려앉은 척추압박골절이었습니다. 원인은 골다공증에다 낙상이었습니다.

골다공증은 ‘골량의 감소와 미세구조의 이상으로 인해 뼈가 부러지기 쉬운 상태가 되는 질환’입니다. 골밀도 검사(BMD)를 하여 T값이 -2.5 미만인 경우를 골다공증으로 진단하며, 50세 이상 여자 35.5%에서 골다공증이 있다고 합니다. 폐경 직후 여성에게서 급격한 골소실이 일어나고 이후 완만하고 지속적인 골소실이 일어납니다. 할머니들이 한 번씩 외래 진료에 오셔서 “내가 골다공증 때문에 허리가 아파서….”하십니다만, 이 말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골다공증 자체는 통증이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허리가 아픈지 좀 됐다는 분들의 척추 사진을 찍어보면 퇴행성 변화가 있거나 압박골절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통증의 원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골절이 일어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몇 년 전부터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러려니 하다가 골절이 진단되면서 이전부터 있어왔던 소리없는 도둑, 즉 골다공증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겁니다.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골절은 사망률과 이환율이 높은 고관절(골반과 다리뼈가 만나는 지점) 골절입니다. 1년 사망률이 16.7%, 5년 사망률은 45.8%로 무슨 골절이 웬만한 암의 사망률보다 더 높게 나올까 싶죠? 고령의 노인이 침상 생활을 하면서부터 근력이 감소되고 잘 먹지 못하니 면역이 떨어지면서 호흡기 질환부터 온갖 질환이 달라붙기 시작합니다.

골다공증으로 진단 받으면 약물 치료를 시작하여 야 합니다. 폐경 직후 한동안은 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자궁의 유무, 폐경기 증상의 유무에 따라 약제가 다르게 선택되며 호르몬 치료로 인한 유방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지 않는 약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입니다. 공복에 충분한 물과 함께 먹어야 하고, 복용 후 한 시간은 눕지 말라고 하는 바로 그 약입니다. 이 약을 드신 후 우유 등의 유제품, 오렌지주스, 커피, 칼슘, 철분제, 제산제는 적어도 1시간 뒤에 드셔야 합니다. 이런 불편함으로 주 1회 먹는 약에서 한 달에 한번 먹는 약도 있고, 요즘은 3개월에 한번 맞는 주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 시 턱뼈의 괴사가 드물게 보고되고 있어, 3〜5년 이 제제를 사용한 후에는 휴약기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발치나 임플란트 시술 시에는 반드시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셔서 얼마간 약물 치료를 중단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외에도 6개월에 한번 맞는 주사제도 있고, 인슐린처럼 매일 혹은 매주 피하 주사하는 골형성 촉진제도 있습니다.

 

골다공증 진단을 받으신 분이라면 치료약과 함께 칼슘과 비타민 D도 함께 복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차적으로 칼슘은 우유나 두부, 브로콜리, 견과류, 생선 등의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짠 음식, 카페인, 탄산음료, 술, 담배는 뼈 건강에 좋지 않으니 삼가야 할 것들입니다. 흔히들 골절이라 하면 사골이라도 좀 고아 먹어야 뼈가 잘 붙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사골에서 우러나오는 성분에는 칼슘뿐 아니라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인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오히려 해롭습니다. 차라리 시금치나 시래기를 넣고 멸치육수를 낸 된장국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좋다고 하는 한두 가지 음식으로 질병을 완전히 예방하고 치료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낮에 20-40분 정도 햇빛에 팔•다리의 피부를 노출하면 피부 자극 없이 비타민 D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지수가 낮은 선크림이라도 비타민 D 합성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야외활동 시에 자외선 차단제는 얼굴에만 바르고 가능하면 먼저 팔•다리를 일정시간 햇빛에 노출한 후 일광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골다공증 예방법

• 폐경 후, 주기적인 골밀도 검사.

• 우유, 생선 등 칼슘과 비타민 다가 풍부한 균형 잡힌 식사.

• 짠 음식, 카페인, 탄산음료, 담배, 과음 피하기.

• 낮에 30분 정도 햇볕 쬐기.

• 자주 많이 걷기.

 

골다공증 치료의 목표는 ‘골절 예방’에 있습니다. 낙상을 막으려면 균형감각과 근력을 키워야 합니다. 가능한 자주 많이 걷기, 스쿼트 동작 같은 자기체중 부하운동과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폐경 이후보다 그 전에 하는 운동이 뼈의 강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니 골다공증은 나와는 먼 일이라 생각하는 50세 이하의 여성 분들은 지금부터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죠. 욕실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뿐만 아니라 바닥의 물기는 빨리 닦아내고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얼마 전 어머님께서 치아가 썩어 치과에 가신다더니 윗니를 몽땅 다 뽑고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몇 번에 나눠 발치하자 해도 여러 번 오기 힘들다고 떼를 쓰신 모양입니다. 뒤뚱뒤뚱 걷다 쉬기를 반복하며 보호자도 없이 혼자 가셔서 큰일(?)을 행하고 오신 그 모습에 얼마나 속이 상했던지요. 물론 골다공증 약은 잠정 중단 상태입니다. 덜거덕거리는 임시 틀니로 드시는 모습이 예전만도 못하신데 골다공증이 더 나빠지거나 또 넘어지기라도 하실까봐 걱정입니다. 오늘도 어머님은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하시고 가족들을 위해 묵주를 돌리십니다. 하얗게 빨아 다려주신 가운을 가지고선 아이들과의 아침 전쟁터에서 탈출하듯 출근하는 저는 어쩌면 나쁜 

며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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