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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소식
의학칼럼-산타 할아버지의 추억

작성일 : 2021-12-01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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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윤정 엘리사벳 |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던 성탄 전야는 설레고 행복했던 기억들로 가득합니다.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은 ‘쥐포’입니다. 시골에 살던 저는 단 한 번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는 바나나를 가장 받고 싶다고 기도를 드렸지만, 어머니는 산타할아버지가 열대지방까지 다녀오시려면 힘들지 않으실까 하는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먹을 때마다 늘 아쉬웠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인 쥐포나 실컷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말씀드렸죠. 드디어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의 큰 봉지 안에 열 마리가 넘는 쥐포가 어깨를 겹쳐 가지런히 두 줄로 누워있는 모습이라니, 와우! 그래, 난 바나나를 받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착한 아이였어! 뛸듯이 좋아했던 국민학교 1학년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사악한(^^) 언니, 오빠가 막내동생에게 산타의 비밀에 대해 주입식 교육을 시작하면서 얼마 전부터 막내 딸아이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결국 “나도 이제 다 알아. 산타는 없어!”라며 자신만만하게 선언해 버리기까지 하네요. “그래?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 산타는 오시지 않으시겠네. 올해 우리집에 산타 할아버지 선물은 없겠다. 에 구 ….” 그러자 막내 딸아이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당황한 표정입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수염이 거뭇하게 올라온 아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채 슬며시 다가와 굵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어머니, 저는 믿어요, 산타!”

 

완벽한 산타의 대리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스마트기기만 주구장창 외치는 아이들에게 줄 용납될 수 있는 선물 아이템 선정부터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택배 수령과 포장,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안착시키는 미션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죠. 특히 제게 가장 힘든 코스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 언니, 오빠는 그래도 기다려 줄만 합니다만, 겨울이면 가렵다고 자다가 수시로 깨는 막내는 최대의 복병입니다.

아토피가 심해진 건 아이가 4세 무렵 시골에서 대구로 이사를 오면서부터입니다. 특히 겨울이면 자다가 수시로 깨서 가렵다고 목, 팔, 다리 할 것 없이 피가 나도록 긁습니다. 대부분의 아토피 경과가 그러하듯이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다가 가렵다는 아이에게 몇 번이고 일어나 연고를 발라주고 로션을 발라주는 일은 일상이었습니다. 군데군데 이불에 핏자국을 남기고, 발작적으로 긁으며 우는 아이를 붙들고 함께 울었다는 아이 엄마 얘기를 진료실에서 들을 때면 남의 얘기 같지 않습니다. 피부 질환은 ‘그까이꺼!’ 싶지만 만성 피부염으로 가려움을 겪는 사람의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 짜증과 억울함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피부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자꾸만 쪼그라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토피는 전체 소아 인구의 10〜20%, 성인의 3%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며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세 미만 영유아기에는 뺨, 이마, 머리에 홍조와 발진이 주로 생기고 그 이후의 소아기에는 팔다리의 접히는 부위에 병변이 나타나 긁으면서 진물이 나고 가피가 생기기도 합니다. 만성기에 들면 반복적으로 긁은 결과 피부가 거북이 등처럼 거칠고 두꺼워지며 피부주름이 뚜렷해지는 태선화 현상이 생깁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서 병변의 악화를 막는 것에 1차 목표를 둡니다. 피부 장벽의 기능이 약해져 수분 손실이 잘 일어나므로 보습이 치료의 가장 기본이라 하겠습니다. 목욕은 미지근한 물에 10분 정도로 짧게 하고 물기가 다 마르기 전(3분 이내)에 무향·무보존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보습제는 증상이 없어도 하루 2회 이상 자주 발라주어야 합니다. 중등도 이상의 피부염에는 연고(국소 스테로이드제)를 먼저 바르고, 그 다음에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혈중 IgE검사, 피부반응검사 혹은 MAST검사 등을 통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찾아 피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겠죠. 음식물은 3세 미만의 소아에서는 증상을 악화 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정확한 병력과 검사를 통해 확인 후 제한해야겠지만, 그 이후의 연령에는 음식물의 영향은 별로 없습니다. 무분별한 식이 제한은 오히려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하여야 합니다. 또 아토피 환자의 40%가 집먼지 진드기에 감작(感作)되어 있다고 하 여 청소도 자주하고 털이 날리지 않는 침구로 바꾸어도 보지만 일상에서 먼지를 완전히 제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외에 감염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악화의 원인입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약입니다. 일부에서는 장기간 약을 먹는 것에 부담을 느껴 처방약을 멀리하고 각종 민간 요법에 의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악화된 상태로 병원에 오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조기에 가려움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구로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장기간 복용해도 성장장애 같은 심한 부작용이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바르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강도에 따라 단계가 나눠지는데, 병변의 부위와 정도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받아서 사용하셔야 합니다. 요즘은 중등증 이하의 아토피 피부염에는 장기간 사용에도 피부 위축 등의 부작용이 없어 스테로이드 대신 사용하는 연고도 많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단기간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하거나 경구용 면역 억제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중증을 보이는 성인에게는 주사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이제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올라오고 있는 막내는 스스로 더이상 어린이가 아님을 선포하고야 말았습니다. 크고 동그란 눈망울로 두 손을 모은 채 아장아장 걸어서 영성체 대열에서 성체를 올려다 볼 때는 정말이지 천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지금의 제 나이쯤 되는 한 자매님은 딸아이를 볼 때마다 “아녜스, 더 이상 크지 말고 이대로 있어주라!”고 하셨다죠. 그 말뜻을 이젠 알 것 같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으로 다가올 무시무시한 사춘기도 품고 가야 할까 봅니다. 아토피의 퇴장과 함께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도 추억으로 접어두게 되네요. 또 다른 따뜻함으로 채워질 산타의 빈자리,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저희 집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집니다.